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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고민

퇴사일 결정, 그 과정의 찝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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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퇴사일이 결정되었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1주일간 근무하고 마무리하는 것으로.

생각보다 당겨진 일정이어서 약간 놀랐지만 어차피 새로 시작할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강했고 퇴사가 결정된 시점에서

의미없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기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 된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 대해 남는 찝찝함이다.

물론 갑자기 그만두는 나의 공백으로 인해 대표가 계획했던 조직구조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고 기존 조직이 변경되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나를 신뢰한만큼 - 그게 사실이라면 - 어떤 배신감 혹은 서운함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이해는 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표의 행동은 정말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본인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마케팅 조직의 리더가,

그것도 회사의 매출을 50% 가까이 차지하는 브랜드의 리더가 어떤 이유로 퇴사를 한다는데,

대표라는 사람은 얘기조차 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도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도 없을 것이며 -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건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해서건

서로 뻔하고 형식적인 얘기만 할지도 모를 일이며

만에 하나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하게 된다해도 별로 좋은 분위기가 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 본인이 만들어 놓은 그림에 공감을 할 수 없고 비전을 찾지 못해

이탈하는 인원이 생겼다면 - 그리고 그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라면,

한 번쯤은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이라고 생각될 만한 부분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그 이야기를 100% 수용하진 않더라도 당사자에게 직접 어떤 말은 들어야 하지 않냐는 얘기다.

그냥 사람만 바꾸면 된다는 식의 이런 모습은 정말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나는 아직 조직을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오너로서의 생각이 뭔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상식으로는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회사에 있으면서 잘못만을 저질렀다 해도 이건 아니지 싶다.


그 정도의 그릇을 가지고 있는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에 비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회사에 나의 미래, 나의 비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유지된 시장에서의 입지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회사 자체의 매출 규모는 유지될 수 있겠으나,

- 그마저도 장기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 과연 구성원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구성원에 대한 처우 수준까지 알게 돼 버려 이야기의 범위가 조금 확대되었다. 

알고 보니 내 연봉은 거의 TOP5 수준이었다. 우리 회사는 약 50명이다.)


어쨌든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떠나오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의 내 길이 얼마나 험할지 모르지만 어떤 길을 가게 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확신을 가질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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