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탠다드한 일상

가끔은 불편한 웹툰, 윤태호 작가의 미생

반응형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에 소모되는 시간이 싫어서  짜투리 시간이라도 생산성있는 방향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웹툰이라는 컨텐츠가 생산성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지만 약 10여개의 웹툰은 업데이트 될때마다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다.

그 중 하나가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 

'이끼'라는 웹툰의 작가이기도 한데 영화화까지 됐을만큼 인기작이었다. 그만큼 재미있고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겠지.

'미생'은 종합상사라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신입사원 - 정확히는 인턴사원 - 의 시각을 중심으로 그려내는 웹툰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1인칭이 아닌 전지적 작가시점에 가깝겠지만.


나도 이끼에서 생긴 신뢰와 대기업이라는 조직에 있었던 공감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가끔은 불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사내 정치와 상향식 조직 문화 등 부정적이지만 빈번히 일어나는 내용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데 가끔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가?'


단순히 공감하며 재미를 느끼라는건가? 아니면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지 말라는 경고? (이건 아닐거다. 그런 사람들이 웹툰을 보고 변할 사람들이 절대 아니라는건 윤태호 작가도 분명 알고 있을거다)

아니면 현상만을 보여주고 가치 판단은 독자들의 자율에 맡긴다?

자율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나의 불편한 마음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냥 자율에 맡기기엔 미생이라는 웹툰이, 윤태호라는 작가가 가진 파급력이 너무 크진 않은가?


오늘 업데이트된 114수의 내용을 잠깐 요약해 보겠다.

어떤 신입사원(능력있는)과 부장이 다른 아이디어를 냈는데 본사와의 미팅에서 신입사원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회의 후 부장은 직원을 따로 불러내어 큰 소리친다. 니가 뭘 아냐고.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같은 팀 과장이 조용히 얘기한다. 자기 이번에 진급 심사라고. 부장 밀어주자고. 결국 그 사원은 부장에게 가서 얘기한다. 아닌거 같다고, 자기 생각이 짧았다고. 그리곤 저녁에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소리죽여 오열한다.


저작권 문제로 몇 장만 캡처. 원본링크는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20148











전형적인 계급 구조, 사내 정치다. 간단히 말해서 '조직은 원래 이런거니까 싫으면 나가라'

흔히 있는 일이다. 안다. 공감한다. 저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본인이니까. 만화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조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초년생 혹은 학생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 중에는 위와 같은 문화를 '참고 견뎌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저런 경우에 맞서 싸워 이기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정답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저 상황 자체는 바람직한 조직 문화가 아니고 개선해야 할 것이며 적어도 그런 인식은 하고 있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 문화 자체를 '그럴 수도 있는 것', '그냥 참아야 하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고.

조직을 겪어보고도 생각이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판단할 기준도 채 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 선입견을 주게 되진 않을지.

사실 114수 말고도 이런 부분이 몇 번 보였다. 귀찮아서 찾진 않았지만.


이런 우려는 댓글에서 현실화됐다.



사실 이런 병신같은 댓글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추천과 비추천 비율, 대댓글의 내용을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분들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내가 걱정하는건 이런 댓글이다.





이 웹툰을 보고 '아 나도 내 고집만 피우지 말고 안영이씨처럼 굽히는 사람이 되어야 겠구나'라고 생각하는게 과연 작가의 의도에 포함되어 있었을까?

저런 상황에서 참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제 역할일까?


물론 이런 바람직한 댓글들이 대부분이다.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괜한 걱정일 수도 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개인'이라는 부분만 놓고 본다면 저런 생각들도 긍정적인 것이라 봐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걱정스럽다.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독자들의 자율에 맡겨 버리기엔 


'미생'이라는 웹툰이, '윤태호'라는 작가가 가진 파급력이 너무 큰 것은 아닌가 싶어서.

반응형